[연합시론] 코로나 규제 장기화 우려…영세상인·소상공인 피해 지원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민생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절박한 소상공인들의 피해 복구를 지원하는 데 최우선을 두고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상기하면서 "방역 상황으로 민간 경제활동에 어려움이 커질수록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운영으로 민생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34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하루라도 이른 시일 내에 집행해 폭염 속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영세상인·소상공인의 눈물과 땀을 닦아주기를 바란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민생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절박한 소상공인들의 피해 복구를 지원하는 데 최우선을 두고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상기하면서 "방역 상황으로 민간 경제활동에 어려움이 커질수록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운영으로 민생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고통의 무게를 덜어드리는 일이 시급하다. 지금부터는 속도"라며 빠른 지원을 거듭 당부했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 충격이 취약계층에게 더 큰 타격을 줬다면서 "위기가 지속되는 내내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것은 물론, 외환위기 때처럼 양극화가 고착되지 않도록 멀리 내다보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용등급과 소득이 낮은 국민을 위한 정책금융 확대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부득이 채무를 갚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신용회복 방안도 신속히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책서민금융을 연간 9조~10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 및 중저신용자 소상공인 긴급자금 지원을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재정관리점검회의를 갖고 "9월까지 2차 추경 사업의 80% 이상을 집행하고 연내에 집행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34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하루라도 이른 시일 내에 집행해 폭염 속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영세상인·소상공인의 눈물과 땀을 닦아주기를 바란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이 1년 6개월 넘게 기승을 부리면서 우리 사회에 거리두기 등에 따른 일상생활의 제약뿐만 아니라 빈부격차 심화, 자산 양극화 가속화라는 사회경제적 충격도 가져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간한 '중소기업 동향 7월호'에 따르면 올해 6월 전체 자영업자 수는 증가세로 전환하였으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31개월 연속 감소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이 400조원을 돌파하고, 정부의 정책 지원에도 연체율은 상승했다. 신한은행이 지난 4월에 내놓은 '2021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만20∼64세 취업자(근로자·자영업자) 1만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의 전년 대비 소득 감소는 저소득층이 심했다. 5구간(상위 20%)은 0.8% 감소했지만 1구간(하위 20%)은 약 3배인 3.2%에 달했다는 것이다.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가 29일 발표한 6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에 직접 노출된 숙박·음식업 종사자는 5만1천명 줄어 17개월째 감소를 이어갔다. 전체 국내 사업체 종사자 증가 폭이 3개월째 30만명대를 이어갔지만 임시·일용직 노동자가 큰 폭으로 증가해 고용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굳이 통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골목상권을 지나다 보면 '코로나 4단계로 잠시 휴업합니다'란 푯말을 내걸거나 아예 그런 표시도 없이 문을 굳게 닫은 식당이나 가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으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형국이다.
방역 당국은 29일 코로나19 확산세를 당분간은 꺾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브리핑에서 "당국에서도 시간이 걸리고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려운 부분"이라고 답했다. 현재 수도권에는 지난 12일부터 최고 수위인 4단계, 비수도권에는 27일부터 3단계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다. 수도권에는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되고, 비수도권에는 오후 6시 이후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된다. 비수도권의 식당·카페도 오후 10시까지만 매장 영업이 가능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금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이 2주를 지나고 있는 시점으로, 효과를 지켜보면서 좀 더 강한 방역 조치가 필요할지 여부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수도권의 거리두기 4단계를 내달 8일까지 2주간 연장했음에도 4차 대유행의 기세는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2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천896명으로, 국내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손 반장이 언급한 더 강한 방역조치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추가 단축, 사적모임 인원 제한 강화 등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장기화에 따른 영세상인, 소상공인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정부는 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을 신속하게 집행하되 사각지대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오는 10월에 시행될 '소상공인 손실보상제'가 관련 자영업자에게 실질적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 창의적 자세로 임하기를 기대한다.
세계의 금융시장
지난 2월2일 오후 6시. 런던 뱅크(Bank) 지하철역. 영국 특유의 짙은
감색 정장에 깔끔한 얼굴의 신사 숙녀들이 한꺼번에 전철에 오른다. 출·
퇴근 시간의 서울 지하철 1호선처럼 발디딜 틈조차 없다. 손에 석간신문
이나 서류뭉치를 들고 있는 이들은 런던 금융가 시티 지역에서 퇴근, 국
철과 지하철이 연결되는 워터루역에서 기차를 갈아탄다. 세계 어느 도시
에서도 드물게 워터루역과 뱅크역, 오직 두 역만을 6분 정도에 주파하는
'워터루·시티 지하철 노선'을 만든 것은 오늘날 영국 내에서 시티의 위
상을 잘 보여준다.
런던 동쪽 템즈강 북변. 뱅크역을 중심으로 한 1제곱마일 정도 면적
에 자리한 자치구인 시티(The City of London)는 오늘날 뉴욕 도쿄와 함
께 세계 3대 금융시장으로 손꼽힌다. 런던에서 시티는 '도시'란 뜻의 일
반명사가 아니라 고유 명사가 된 지 오래다. 시티엔 매일 17만명의 금융
인력이 상주하고 인근 타워 브리지와 세인트폴 대성당을 찾는 관광객들
의 발길까지 어우러져 매일 활기가 넘친다. 영국은 바로 이곳을 통해 빅
토리아여왕 시대의 영광을 재현할 꿈을 키우고 있다.
런던은 전세계 외환 거래량의 3분의 1 정도를 맡는 세계 최대 외환
시장이다. 95년4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4천645억달러를 기록, 세계 외환
거래액의 36%를 처리했는데 이는 라이벌인 뉴욕(2천4백44억달러)과 도쿄
(1천613억달러)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액수다.현재 시티에는 세
계80개국에서 550개 은행들이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다. 영국인들은 "시
티에는 뉴욕보다도 더 많은 미국 은행들이 들어와 있다"고 자랑한다. LA
를 비롯한 미국 서부 은행들은 뉴욕보다 런던을 선호한다는 것. 또 마르
크화의 거래도 정작 독일보다 시티에서 더 많이 이뤄진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내년부터 출범하는 유럽단일통화 유로(EURO)에 영국이 초기
불참을 선언하자 유로의 약체화를 우려한 독일 등 대륙 자본이 흘러들어
와 런던 증시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국제 펀드 매니지먼트의 81%,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신종 금융 기법
인 스왑 거래의 35%, 그리고 세계 기업 M&A(인수 및 합병)의 50%가 이곳
에서 중개된다. 유로 본드(외화 표시 채권)도 세계 물량의 75%가 시티에
서 유통된다.
뿐만 아니다. 시티는 세계 해상 운송 보험의 24%, 항공 운송 보험의
45%의 계약고를 자랑하는 국제 보험시장의 메카이기도 하다. 또 런던의
LIFFE는 시카고의 CBOT·CME와 함께 세계 3대 선물거래소로서의 위치를
굳히고 있다. 한때 미국이 주도했던 선물거래의 중심이 유럽쪽으로 이동
함에 따라 독일의 DTB나 프랑스의 MATIF는 상호 연대를 통해 LIFFE와의
전쟁을 선언할 정도다.
런던 금융시장에서 오전 11시에 금융기관끼리 자금을 주고받을 때 적
용하는 런던은행간 금리, 즉 리보(LIBOR)는 국제 금융계의 대표적 기준
금리로 자리잡았다. 리보는 요즘 3개월짜리가 연 5.6% 안팎이며 국내 은
행들은 만기를 연장받으면서 리보에다 3∼5%포인트의 가산 금리를 얹어
주고 있다.
덕분에 영국 경제에서 시티를 중심으로 한 금융 서비스업은 GDP(국내
총생산)의 25.4%(96년 기준)를 차지하면서 제조업(21.7%)보다 비중이 높
을뿐 아니라 연간 120억 파운드의 외화를 관련 수입으로 벌어들인다. 번
듯한 기반 산업이 없는 영국에서 무공해 산업인 시티는 나라 경제를 책
임지고 있다.
시티는 천혜의 시간적 공간적 강점을 갖고 있다. 우선 굳이 철야를
하지 않고도 영업 시간 중에 미국과 아시아 시장과의 거래가 모두 가능
한 시간대에 위치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런던을 거쳐
뉴욕에서 장이 마감되는게 세계 금융 거래의 기본 틀로 자리잡아 가고있
다.
가령 오전 8시 런던 은행들이 거래를 시작하면 곧 도쿄 홍콩 싱가포
르의 마감시간과 일치하면서 거래가 가능하고 오후 1시가 넘어서면 뉴욕
과 연결이 되며 문을 닫기 전인 오후 5시가 되면 LA나 샌프란시스코와도
상대를 할수 있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국내 철도 및 지하철, 히드로공항과 개트윅공항을
통해 매일 1백40개국과 직접 연결되는 항공 노선, 파리와 브뤼셀까지를
3시간만에 직접 잇는 유로스타 철도 등 첨단 교통 시설도 한몫을 한다.
시티 역사가 곧 세계 금융의 발전사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산업혁
명 이후 영국의 식민지 지배가 본격화하면서 상품 및 무역 거래 중심지
로서의 런던 위상은 계속 확대됐다. 거래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해
상보험업이 등장하고 선물거래가 시작됐으며 상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
한 은행업도 등장했다. 그래서 금융에 관한 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이 많이 붙는다.
한국은행 최창호 런던사무소장은 "런던이 뉴욕이나 도쿄와는 달리 협
소하고 빈약한 국내 시장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센터로서의 명성을 다시
얻게 된 것은 과감한 문호 개방과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시장 경쟁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끊임없는 외국자본유치 전략이 오늘
의 시티를 일군 것이다. 영국에서 크다는 바클레이나 로이드 은행이라고
해봐야 세계적 순위에는 명함도 못 내밀지만 한편으로 시티에 세계 일류
금융 기관들을 유치시킨 그 자체가 실력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외국계
은행들은 시티 지역은행 자산의 56.9%를 소유, 이미 시티의 탈 영국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영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무슨 화폐를 얼마나 갖고 들어오든 나
가든 출입국때 전혀 간섭받지 않는 데 깊은 인상을 갖게 된다. 인프라도
잘 갖추고 있다. 정확한 문서를 통해 이뤄지는 금융 거래를 지원하기 위
한 법률·회계 서비스는 시티가 세계 첫 손에 꼽힐 정도로 완벽하다. 최
근에는 첨단 정보통신(IT)을 이용한 금융 기법이 등장하여 시티 주변에
는 40여개의 정보통신 업체들이 금융 거래 서비스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
다.
영국 재무부 사람들은 세계 금융기관들이 시티에 모이는 현상을 윔
블던 테니스대회에 비유한다. 런던 남쪽 윔블던은 세계적인 테니스 대회
가 열리는곳. 시티는 세계 금융기관들이 놀 수 있는 장소만 제공하는 것
이지 누가 와서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는 얘기다. 영란은행 에디 조지 총
재도 "누가 소유하고 있는 가는 중요하지 않으며 실제 무슨 활동이 그곳
에서 벌어지는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과 세금을 비롯한 부대
효과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시티에서 은행지점장 회의를 열면 마치
인종의 집합체와도 같다.
● 첨단 시스템으로 36개국 화폐 거래.
70년대 중반 뉴욕 증권시장의 규제 완화는 시티에 일격을 가했다. 런
던을 중심으로 거래되던 자금들이 미국으로 유출되자 영국 정부는 금융
역사에 길이 남을 증권시장 개혁, 이른바 '빅뱅'을 86년에 단행했다. 빅
뱅결과 그동안 브로커와 딜러로 구분 운영되던 증권업의 영역 구분이 없
어지고 증권 거래 수수료의 최저 한도제를 폐지하여 자유화시키는 한편
증권사의 소유 제한이 폐지됐다. 당연히 영국계 회사끼리 나눠먹던 전통
이 깨어졌다. 전통적으로 상업 금융에 전업해오던 은행이 자회사를 통해
증권업에 진출, 종래의 전업 주의에서 실질적인 겸업주의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빅뱅 직전 런던 증권회사들의 총이윤을 합쳐도 뉴욕의 살로먼 브라
더스 하나보다 적을 정도였다. 하지만 빅뱅 이후 런던 증권거래소의 거
래량은 폭증했으며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게 됐다. 96년 말 현재 런던 증
권거래소에는 뉴욕 증권거래소의 외국 기업 상장 업체(3백5개)를 능가하
는 533개의 외국 기업이 상장되어 있다. 국제 거래량도 5천196억파운드
로 뉴욕의 1천971억파운드를 크게 넘고있다. 이스라엘의 셰켈은 물론 필
리핀의 페소에 이르기까지 무려 36개국 화폐가 런던 증권거래소의 데스
크위로 거래되고 있다. 97년부턴 CREST란 이름의 첨단 거래 시스템을 도
입, 정보통신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시티는 빅뱅 이후 금융기관간 업무 영역이 서로 침범하는 겸업화 현
상이 주류를 이루게 됐고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기관이 주택대출조합
을비롯한 각종 투자 업무에 자회사를 통해 진출함으로써 대규모 금융 그
룹화 현상이 가속화됐다.
영국 냇웨스트의 경우 영국 내에 30개 업종, 해외에 총 36개 금융 회
사를거느리고 있다. 여기엔 농업저당대출, 할부신용, 지급결제서비스 등
우리에게 생소한 업종도 거의 망라돼 있다. 프루덴셜·스탠다드라이프·
리갈&제너럴 같은 보험 회사들이 은행 서비스를 시작했는가 하면 최근엔
테스코·세인즈베리·세이프웨이 등의 대형 슈퍼마켓들도 대형 은행들과
손잡고 은행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세인즈베리의 외환 상인에 대한 결론 경우 스코틀랜드은
행과 손잡고 50만명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초부터 영업 활동을 시
작했다.
다양한 신종 금융 상품도 속속 시티에 선보이고 있다. 가령 금리 수
준의 불안정한 변동으로 기업이 고정 금리채 발행을 기피함에 따라 은행
의 변동금리 기간 대부(Term Loan)가 등장했고, 금리 및 환율 변동에 따
른 위험 회피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선물·옵션·스왑 등의 기법도 지
속적으로 발달됐다.
미들랜드은행 자회사인 퍼스트 디렉트는 점포 없는 은행으로 재산이
라곤 고객 전화를 받는 텔레폰센터 하나뿐. 전화를 통해 24시간 고객들
에게 자금이체, 주식 거래, 대출 안내, 보험 가입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
공하면서 고객 수가 1백만명을 육박했다. 현금 입출금은 곳곳의 ATM기로
해결했다. 점포 설치에 따른 경비를 최대한 줄인 것이다. 이른바 무점포
폰뱅킹, PC뱅킹, 인터넷 뱅킹 등 전자 금융의 선구가 시티에서 이뤄지고
있다.
시티는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통해 매일 격랑이 치는 곳이다. 특히
미국 월가의 대형 자본들이 침공해 오면서 시티에선 생존을 위한 손잡기
전략이 한창이다. 시티 사람들은 은행의 증권화와 금융의 다국적화 추세
에서 영국 국적과 특정 사업 영역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달
전만 해도 멀쩡하던 은행이나 증권회사가 전혀 다른 간판을 다는 경우가
허다하다. 95년 베어링 파산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위스은행이 영국 최대
증권사인 SG워버그를 인수하면서 SBC워버그가 탄생한 것을 시발로 잉글
랜드 남부를 기반으로 한 로이드은행과 영국 북쪽 지역에 바탕을 둔 TSB
은행이 합병한 것을 기폭제로 하여 인수·합병은 가속화하고 있다. SBC
워버그의 로리 타프너 사장은 "3년 전만 해도 회의적 분위기가 많았으나
이제는 우리 은행의 급격한 신장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은행이 10년 전 빅뱅 와중에서 영국 증권사 2개를 인수 합
병해 설립한 투자은행 BZW는 지난 96년 주식 인수 부문에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돌연 주식 부문과 기업 인수 합병 중개
부문의 매각을 발표했다. 적자가 난 것도 아닌데 세계 상위권에 오른 영
업 분야에서 철수를 결정한 것은 시티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BZW 입
장에선 이 업무를 계속하다가는 월가의 공세 앞에 고사할 것이라는 판단
을했다. 이 은행은 앞으로 채권 부문 등 수익성 있는 업무에만 전념해
생존을 모색키로 했다. 역시 굴지의 영국은행인 냇웨스트는 지난해 수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12월 한 달만 주가가 20% 정도나 올랐다. 바로 인수
합병 대상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매일 인수 합병 루머가 시티 거리에 나돌고 있고 또 실제 벌어지고
있으므로 별도의 구조조정이란 게 필요없을 정도다.
시티는 전통적인 은행·증권·보험 거래에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최
첨단 국제 금융 기법에서는 뉴욕에 비해 아무래도 뒤떨어지고 있다는 게
객관적 평가다. 시티가 월가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분야는 주로 투자
은행 부문.
투자 은행 업무의 우열을 결정하는 최대 요인은 위험도 관리이며 파
생 금융 상품이 핵심과제. 전문기술을 복잡하게 조합시켜 고객의 필요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자본력과 테크닉이 약
한 영국의 군소 투자 은행들은 외국자본에 자신들을 매각하는 것이 생존
의 길로 여기고 있다.
시티의 앞날에 대해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린다. 우선 아시아
금융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시티를 잠식하고 있고 영국이 유로화에 늦게
참여하겠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초기 시장은 유럽 중앙은행
이 위치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주도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유럽 금융의
주도권을 그쪽으로 넘겨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특히 버뮤다의 보험
전문시장, 룩셈부르크의 펀드 매니지먼트 전문시장 등 외환 상인에 대한 결론 세분화된 전문 시
장의 등장으로 시티 지역의 해당 부문은 크게 잠식되고 있다.
여기에다 런던에서 이따금씩 발생하는 IRA(아일랜드공화군)의 폭탄
테러가 시티에서 발생할 경우 물리적 안전도에서 시티의 신뢰성은 흔들
리게 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시티의 미래는 밝다는 전망이다. 영국 재무부
질 루터 공보관은 "혹자는 영국이 내년부터 출범하는 유로에 뛰어들지않
아 유럽중앙은행이 프랑크푸르트에 세워지면 시티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
라고 말하지만 자동차나 전자제품 공장도 아니고 철저한 소프트웨어로
수백년간 축적된 금융산업 노하우를 뺏길 수는 없을것"이라고 말했다.비
록 독일이 영국보다 잘 살지만 튼튼한 인적자원과 금융인프라에 관한 한
하루 아침에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계 은행인 JP모건
은 유럽 화폐 거래에 총력을 기울이려고 최근 파리·밀라노·마드리드의
사무소를 모두 폐쇄하고 런던으로 집중키로 했고 씨티은행도 유럽 지역
외환 거래 센터는 런던에만 집중키로 했다.
영국 재무부는 앞으로 시티의 모든 금융 서비스를 지원하고 감독하는
원 스톱 서비스 기관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다. 영국 정부의 시
티 지역 청사진이 어떻게 펼쳐질지 세계 금융인들은 주목하고 있다. (런
던=최홍섭 경제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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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금융 시장 '시티'
수백년된 건물서 슈퍼 컴퓨터 "씽씽"
은행이 쉬는 날이 공휴일… `뱅크 홀리데이'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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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융시장이다 보니 오늘날까지도 곳곳
에 재미있는 전통과 유래가 많이 남아 있다. 세계 금융시장을 신경 세포
처럼 연결하고 있는 최첨단 슈퍼 컴퓨터가 수백년 된 낡은 건물 한 쪽에
서 돌아가고 있는 곳이 바로 시티다.
우선 스털링(Sterling)이라 하는 파운드의 지폐를 살펴보면 엘리자베
스2세 여왕의 초상이 있는 부분으로부터 대각선 방향에 등장하는 인쇄된
서명이 있다. 영란은행 총재이거나 아니면 왕실의 고관 대작이라고 외환 상인에 대한 결론 생각
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Chief Cashier'라는 타이틀로 등장하는 'G.E.A. Kentfield'라는 사
람이다. 그는 91년부터 영란은행의 은행 업무 담당 부서의 부이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한국이라면 1만원권 지폐에 한국은행 총
재 대신 발권부장의 직책과 사인을 새겨 넣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는
지금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한뒤 지갑에서 자신의 서명이 인쇄돼 있는 지
폐를 꺼내 계산을 외환 상인에 대한 결론 하고 있을지 모른다.
Chief Casher의 서명을 넣기는 1870년부터. 지금은 은행권 발행 책
임이 다른 부서로 옮겨갔는데도 여전히 그 이름을 적어넣는 전통은 남아
있다.
●유태인 고리 대금 업자·이탈리아 상인들 무대.
시티 거리를 보면 한때 유대인 상인과 이탈리아 상인들이 이곳에서
세력을 떨쳤음을 알 수 있다. 외환은행 런던지점은 Old Jewry 30번지에
있는데 그 이름에서 보듯 유대인(Jew) 고리대금 업자들은 13세기까지 이
곳에서 활발한 비즈니스를 했다. 1066년 정복왕 윌리엄은 영국에 성당을
비롯한 많은 건물을 지으면서 당시 런던에 있던 유태인 고리대금 업자들
의 돈을 빌려 썼다고 한다. 그 이후 유대 상인들에 대한 대대적 탄압이
시작되면서 이번에는 롬바드(Lombards)라 불리는 이탈리아 상인들(주로
제노아·베니스·플로렌스 등지에서 왔음)들이 대거 몰려왔다.이들은 주
요 사채 업자나 은행가들이 되었고 이들이 바로 런던 금융산업, 즉 시티
의 터전을 닦은 창업자들이 됐다. 오늘도 시티에서 롬바드 거리는 영란
은행이나 증권거래소 등과 인접한 중심거리다. 이밖에 각종 철물을 매우
싸게 팔았다는 뜻에서 칩사이드(Cheapside)나 이스트칩(Eastcheap) 같은
거리 이름도 등장했다.
17세기 말 동인도회사가 커피를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커피는 유행
상품이됐다. 수많은 커피 하우스들이 시티에 생겨났고 여기는 만남의 장
소가 되었다. 커피잔 위로 수만 파운드의 거래가 이뤄지고 보험 외환 상인에 대한 결론 계약이
체결됐다. 이들 커피하우스 중 하나가 바로 오늘날의 로이드. 18세기 중
엽 에드워드 로이드가 운영하던 커피하우스에서 발달, 오늘날엔 각종 선
박의 등급을 분류하고 전 세계에 운항되는 선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로이드가 된 것이다. 또 다른 커피 하우스에서는 주식 거래도 이뤄졌는
데 바로 증권거래소의 원시적 형태가 됐다. 지금도 로이드의 레지스터나
증권거래소의 메신저는 커피 하우스 시대 전통을 따라 '웨이터'라고 불
리고있다.
영국에서 공휴일은 '뱅크 홀리데이'(Bank Holiday)라고 불린다. 1871
년부터 은행들이 쉬는날이 곧 공휴일이 될 정도로 금융과 밀접했다는 얘
기다. 오늘날은 본래 의미와는 상당히 달라졌지만 영국을 찾는 외국인은뱅크 홀리데이란 말에 은행을 떠올리게 된다.
참여연대 빛나는 활동 100 1994~2014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불법 인수하고 운영하면서 실현한 이익금 전액을 외환은행에 돌려달라는 외환은행 주주대표소송을 2012년 7월 제기하였다.
┃ 배경과 문제의식 ┃
론스타는 미국 텍사스주에 근거를 둔 투자펀드 회사로서 세계 각국의 부실 자산이나 부실기업에 투자하여 가치를 제고한 후 이를 매각하여 이익을 얻는 것을 주된 영업모형으로 한다. 우리나라에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강남의 스타타워 등 각종 부동산과 외환은행 등 금융기관에 투자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론스타는 막대한 수익을 거둔 후 한국에서 철수하였다는 점에서 ‘먹튀’ 외환 상인에 대한 결론 해외 투기 자본의 전형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그런데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현 경제금융센터)가 론스타의 활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런 차원이 아니다. 론스타는 세계적으로 수많은 부실기업에 투자하여 경영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이런 상황은 심지어 외환은행이 재무적으로 취약한 부실금융기관이었다고 하더라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면서 금융감독기관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자료를 제출할 때 미국과 일본에 보유하고 있던 각종 산업자본 자회사들을 누락시키고 자신을 금융주력자인 것처럼 속여서 외환은행을 불법적으로 인수한 것이다. 참여연대의 문제제기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이며, 이후 대주주로서 외환은행을 지배한 것도 무효라는 입장에 서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감독당국인 금융위원회는 마땅히 론스타에 대해 각종 산업자본 자회사를 누락시킨 경위를 조사하고 감독당국을 기망하여 외환은행을 불법적으로 인수하고 지배한 책임을 물었어야 한다. 그런데 감독당국은 오히려 그동안 론스타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 주었다.
론스타 시민소환운동은 더 이상 우리나라 감독당국을 통해 이 문제를 올바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시민의 힘으로 론스타의 잘못을 고발하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지배를 통해 불법적으로 획득한 부당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운동이다. 또한 운동의 진행 과정에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4조 6,000억 원 규모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투자자국가소송(ISD)를 제기함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시민 혈세를 낭비할 위기로부터 정부의 대응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성격도 띄게 되었다.
┃ 주요 활동 경과 ┃
론스타 시민소환운동의 맹아는 매우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3월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가 공동으로 외환은행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질의를 할 때부터 사실상 론스타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5월에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인수의 위법성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에 질의를 하였고, 금감위는 비금융주력자 조항은 내외국인 동등하게 적용되며,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 심사 결과 문제가 없어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는 답변을 수령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심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하였고 최종 승소하여 그 결과를 2011년 12월에 공개하였다.
론스타 시민소환운동의 본격적 전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속도를 높여가던 2011년 하반기에 시작됐다. 참여연대는 2011년 10월 15일 ‘여의도를 점령하라’ 시위 현장에서 1단계 론스타 시민소환운동 개시를 선언했다. 주요 목적은 론스타의 불법적인 주주권한 행사로 임명된 외환은행 이사들의 직무정지와 해임을 요구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성립시키는 것이었다. 같은 해 11월, 론스타의 산업자본 증거를 최초로 확보하여 이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후에도 증거 수집을 지속하여 자료를 확보할 때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여 ‘론스타 = 산업자본’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2012년 1월 27일, 금융위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승인함으로써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사실상 결정되었다. 론스타의 ‘안전한 탈출’이 공식 결정된 만큼, 2단계 시민소환운동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인수와 지배로 인해 실현한 이익금을 전액 외환은행에 돌려달라는 외환은행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전환되었다. 이에 참여연대는 2012년 5월 24일, 론스타 시민소환운동 제2단계를 개시하고 주주대표소송을 위한 원고 모집에 착수하였다. 6월 14일에는 외환은행에 론스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것을 청구하였다. 외환은행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2012년 7월, 마침내 은행법에 근거한 외환은행 주주대표소송의
소장을 법원에 접수시켰다. 3명의 외환은행 주주들이 외환은행 발행주식 총수의 0.013%에 해당하는 84,080주를 모아주었다. 론스타에 청구한 부당이득 반환금액은 약 3조 4,000억 원으로, 주주대표소송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의 금액이었다.
주주대표소송의 진행 과정에서 론스타는 2012년 5월 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중재재판소를 통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약 4조 6,000억 원의 천문학적 금액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위한 사전 절차를 제기하였다. 한국의 금융당국이 외환 상인에 대한 결론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높은 가격에 외환은행 주식을 처분할 기회를 잃었다는 것과 한국의 과세당국이 부당한 세금을 부과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참여연대는 론스타의 ISD로부터 시민의 혈세를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임을 지속적인 활동으로 강조하였다.
2013년 12월,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심사자료 2차 정보공개소송이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를 통해 공개된 내용은 놀라웠다. 그동안 금융감독당국은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해당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취해왔으나,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 해당 사실을 2008년에 이미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참여연대는 2014년 3월에 ‘론스타 대주주적격성 심사 2차 정보공개자료의 의미와 쟁점’ 토론회를 개최하고, 동시에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해당 사실을 묵살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권혁세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 6인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고발하였다.
2014년 5월말 현재 론스타 주주대표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론스타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ISD 역시 진행 중이다.
┃ 성과와 의미 ┃
론스타 시민소환운동은 은행에 대한 금산분리 규정 중 비금융주력자 관련 규정의 해석을 정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비금융주력자 제도는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 부실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등의 필요성에 의해서도 산업자본은 은행을 인수 지배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투기성 자본이 은행을 경영했을 때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최소한 사모펀드(PEF)가 은행을 인수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도 역할을 했다.
외환은행은 현재 상장 폐지됨으로써 참여연대가 제기한 외환은행 주주대표소송의 원고 적격 문제 등 성공적인 소송 수행에 난관이 많이 있지만, 주주대표소송은 론스타의 ISD에 맞서는 사실상 유일한 법적 대응책의 지위도 가지고 있다.
론스타 시민소환운동은 금융감독당국의 거짓, 은폐, 무능을 지속적으로 제기함으로써 올바른 금융감독체계 개편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소위 ‘모피아’가 주도하는 금융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론스타 시민소환운동 과정을 통해 집중적으로 부각되었고, 그 결과 금융산업정책기능과 금융감독기능의 분리, 모피아로부터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립이라는 감독체계 개편의 사회적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하였다.
외환 상인에 대한 결론
가. 물품수입 신고시에 제출된 송품장 기재의 가격이 상호 독립된 구매자와 판매자간에 공개시장에서 판매되는 정당한 가격으로 볼수 있다고 한 사례
나. 화장품용으로도 범용되는 공업용 수입품에 대한 고가의 화장용 물품으로서의 관세부과처분이 부적법하다고 한 사례
가. 원고가 1977.9.12과 10.13에 이 사건 물품수입신고시에 제출한 칼콜-68공업용의 송품장에 기재된 가격이 국내 오파상으로부터 발급받은 물품매도확인서상의 가격, 수입승인시의 외화가격표에 게기된 일본국 공업용 세칠알콜인 경우의 가격과 같고 위 칼콜-68공업용의 판매가격이 1977.12.21 및 1978.2.16 일본국 주재 한국대사관과 일본국 동경상공회의소에 의해서 확인된 가격이라면 이는
구 관세법(1976.12.22 법률 제2928호) 제9조 제3항에서 말하는 상호독립한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공개시장에서 판매되는 정당한 가격으로 볼 것이다.
나. 원고의 수입물품(칼콜-68공업용)을 분석한 결과 공업용 뿐만 아니라 화장품용으로도 범용되는 물품인 것이 판명되었고 한편 수입물품 외화가격표에 공업용 세칠알콜과 화장품용 세칠알콜의 가격이 상이하여 후자가 고가로 기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위 분석결과가 화장품용으로 전용되는 물품이라고 나온 것도 아닌 이상, 피고가 이 사건 수입물품이 과세가격이 화장품용 물품이라고 보아 공업용 세칠알콜과의 차액에 대하여 추가관세를 부과처분함은 관계규정을 과세권자 일방에게만 유리하게 해석 운용하려는 것이 되어 허용할 수 없다.
【원고, 피상고인】
한국프라스틱공업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대영
【피고, 상고인】
대구고등법원 1980.10.8. 선고 79구148 판결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피고 소송수행자의 각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이 사건 수입물품의 수입신고 당시에 시행되고 있던 관세법(1976.12.22 법률 제2928호) 제9조 제3항에 의하면, 동조 제2항의 과세가격(정상도착가격)은 원칙적으로 수입신고인이 동법 제139조의 규정에 의한 수입신고를 할 때에 세관장에게 제출한 서류에 기재된 가격이 상호 독립한 구매자와 판매자간에 공개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이 가격에 의하여 이를 결정하게 되어 있는바, 원심이 확정한 바에 의하면 피ㆍ부이ㆍ씨 수지 및 패스트수지의 제조 판매등을 목적으로 하는 원고는 피ㆍ부이ㆍ씨수지제조상의부원료로 사용하려고 세칠알콜을 수입함에 있어 1969년 이래 일본국 카오소프회사로부터 위 회사제품인 칼콜(CAL COHOL)-68 공업용을 구매하여 오던중 1977.7.27과 동년 8.13에 상공부등록 오파상인 소외 영화상사로부터 위 칼콜-68공업용 각 10톤을 본선인도가격 미화 1,450불씩으로 물품매도확약서를 발행받고 동년 8.2과 8.31 위 물품매도확약서상의 품명, 수량, 가격대로의 수입승인과 수입신용장개설을 받아 수입한 후 동년 9.12과 10.13에 그 수입신고를 함에 있어 세관장에게 위 각 수입물품의 송품장을 제출하였는데 여기에 기재된 외환 상인에 대한 결론 가격이 톤당 미화 1,450불(본선인도가격)이었으며 위 각 수입승인시의 외화가격표에 게기된 가격도 일본국 공업용 세칠알콜인 경우 본선인도가격이 톤당 미화 1,450불이었고 위 칼콜-68 공업용의 판매가격은 1977.12.21 및 1978.2.16 일본국 주재 우리대사관과 일본국 동경상공회의소에 의하여서도 확인된 가격이라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원고가 이 사건 물품수입신고시에 제출한 송품장에 기재된 가격 톤당 미화 1,450불은 상호 독립한 구매자와 판매자간에 공개시장에서 판매되는 정당한 가격으로 보기에 충분하므로 그 당시의 관세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위 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소론과 같이 위 수입물품을 분석하여 본 결과 공업용 뿐만 아니라 화장품용으로도 범용되는 물품인 것이 판명되었고, 한편 소론 수입물품 외화가격표에 공업용 세칠알콜과 화장품용 세칠알콜의 가격이 전자는 톤당 미화 1,450불로 되어 있지만 후자는 톤당 미화 2,550불로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위 분석결과가 화장품용으로 전용되는 물품이라고 나온 것도 아니니 피고가 그것을 이유로 하여 수입물품의 송품장에 기재된 가격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과세가격이 높은 화장품용의 물품이라고 보아 관세부과처분을 함은 관계규정을 과세권자 일방에게만 유리하게 해석 운용하려는 것이 되어 허용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수입물품이 화장품용 세칠알콜에 해당한다 하여 공업용 세칠알콜과의 차액에 대해 추가관세를 부과한 피고의 원판시 관세부과처분을 취소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심리미진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논지 이유 없다.
이에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외환 상인에 대한 결론
〈베니스의 상인〉은 16세기 말에 나온 작품이다. 현대 국제사회에서도 ‘피 한 방울 흘리지 말고 살을 베어내라’는 식의 억지가 통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나라들에 대해 주장하는 ‘환율조작 금지’가 그렇다. 자칫 한국이 사실상의 첫 피해국으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른바 환율조작이란, 의도적으로 통화의 가치를 내려(절하시켜) 자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행위다. 1달러가 1000원이라면, 1만원짜리 한국 상품은 미국 시장에서 10달러로 팔린다. 그런데 한국 원화의 가치가 1달러에 2000원으로 떨어지면(1000원으로 사던 1달러에 2000원을 내게 되었으니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것), 해당 상품의 가격이 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 그만큼 미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중국·일본 등이 의도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낮춰 미국 시장을 점거하는 바람에 자국 기업과 일자리에 치명적 피해를 끼쳐왔다고 주장한다.
ⓒReuter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중국·일본·타이완·독일·스위스를 환율조작 관련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문제는, 통화가치 하락의 원인과 경로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국내 경제주체들이 적은 부담으로 쉽게 빌려 투자·소비하도록 만들려는 경기 부양 정책이다. 다만 높은 이자를 노리고 국내 은행의 계정에 머물렀던 자금들은 더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다른 나라로 떠나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원화로 저축된 자금을 다른 고금리 국가, 예컨대 브라질 헤알화로 바꿔야 한다. 한국 원화를 팔아(원화 공급 증가) 브라질 헤알화를 사는(헤알화 수요 증가) 것이다. 결국 원화의 가치는 절하된다. ‘수출경쟁력 제고’가 아니라 단지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가 통화가치 절하로 이어지는 경우다.
일본 엔화는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한 2012년 말부터 현재(12월14일)까지 한국 원화에 대해 무려 26%나 통화가치가 떨어졌다. 한국 제품에 대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되었다. 엔화의 큰 폭 절하가 아베 총리의 양적완화 정책(엔화 공급을 무제한적으로 증가) 덕분이라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양적완화는 국내의 만성적 디플레이션(불황으로 물가가 인하되면서 불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상태)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일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국내 경기 활성화라는 ‘순수한’ 의도로 엔화를 풀었는데, ‘뜻하지 않게’ 통화가치가 내려갔다는 이야기다.
중앙은행이 외국 통화를 사들여도 자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진다. 예컨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서 100억원으로 1000만 달러를 매입하면, ‘원화 팔아 달러 사자’라는 수요·공급 흐름에 따라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 가치는 상승한다. 중앙은행이 사들인 달러는 이른바 ‘외환보유고’로 비축된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고가 많은 나라들을 ‘환율조작 상습범’으로 몰아붙이는 논리가 외환 상인에 대한 결론 등장한다.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환을 대량 매입해왔으며, 그 증거가 바로 비대한 외환보유고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중국·일본·타이완·독일·스위스 등 6개국을 환율조작 관련 ‘관찰 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해놓았다. 6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환보유고를 가진 국가이다.
ⓒ연합뉴스통화가치 하락의 원인과 경로는 매우 다양하다. 금리 인하도 통화가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손에 묻은 피를 살인의 증거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의사나 도축업자 혹은 큰 부상을 당한 사람들도 손을 피로 적실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많은 외환보유고 역시 ‘수출경쟁력을 위한 상습적 환율조작’ 혐의의 증거로 미흡하다.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달러를 충분히 보유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달러는 국제 거래와 결제에서 압도적 비중을 점한다. 모든 기업과 채권자들은 달러로 물품 대금이나 이자를 받고 싶어 한다. 한국과 중국 기업들도 원화나 위안화가 아닌 달러로 거래한다. 아무리 경제 기반이 튼튼한 국가라도 평소 달러를 의도적으로 쌓아놓지 않으면, 유사시에 해외 기업이나 채권자·주주 등에게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른바 국가부도 사태다. 한국만 해도 지난 1997년 IMF 환란을 겪으며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쌓아둘 필요성을 혹독하게 절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적하듯이,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들이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환율을 조작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경기 부양이나 외환위기 방지를 위한 노력의 ‘의도치 않은’ 결과가 통화가치 하락이기도 하다. 이를 어떻게 구분할까? 법률적으로 범죄가 성립되려면, 가해자가 그 범행을 의도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환율조작 같은 범죄의 경우, 의도를 입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미국 정부는 2015년 이 무서운 국제범죄를 색출·처벌하기 위한 수사 방법을 고안하기에 이른다. 세 가지 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인 나라다. 미국과의 상품 거래에서 상당한 흑자를 남긴다면 뭔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둘째,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인 경우다. 경상수지 흑자는, 한 국가가 다른 나라와의 모든 거래에서 벌어들인 순수익이다. ‘전체 살림살이(GDP)’에 필요한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한다면 일단 수상쩍게 봐야 한다. 셋째, 중앙은행이 외환을 순매입(외환 매입액-외환 판매액)한 규모가 GDP의 2% 이상인 국가다.
이 기준들을 살펴보면 ‘새벽에 등산복으로 출현하고’ ‘정부에 불만이 많으며’ ‘갑자기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간첩이라는 1970년대 한국의 간첩 식별 지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슬쩍 훑어보더라도 다른 나라와 많은 거래를 하는 국가라면, 오히려 걸려들지 않기가 어려운 기준들이다. 미국이 10월 중순에 발표한 환율 보고서(미국 재무부가 주요 무역 상대국의 통화가치와 변동, 환율조작 가능성 등을 분석해서 6개월마다 의회에 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2개월(2016년 7월~2017년 6월) 동안 220억 달러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냈다. 경상수지 흑자는 840억 달러로 한국 GDP의 5.7%다. 환율조작국의 두 기준을 충족시켰다. ‘다행히’ 같은 기간에 한국은행의 외환 순매입 규모는 약 50억 달러(GDP의 0.3%)로 기준(2%)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환율조작국이 아니라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되었다.
같은 기간에 중국은 3570억 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뒀다. 환율조작국 기준(200억 달러)의 약 18배다. 경상수지 흑자는 1550억 달러로 GDP의 1.3%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 기간에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로 사들인 외환’보다 ‘외환으로 사들인 위안화’가 3110억 달러나 더 많았다. 중앙은행은 외국 통화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반대로 이미 보유 중인 외환보유고를 털어서 자국 통화를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 자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의도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추진해왔다. 미국의 지속적 압박(‘위안화 가치 절상하라’)도 중요한 이유이지만 이른바 ‘위안화 국제화’ 정책으로 인해 위안화 가치를 올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환율조작 부문의 챔피언(트럼프의 발언)”으로 불렸던 중국은 ‘환율조작 혐의’의 기준 세 개 가운데 하나만 위반한 우량한 국가로 탈바꿈했다.
ⓒAP Photo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운데)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제4차 협상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2017년 말 현재 3개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공식적 환율조작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2개 기준을 초과한 나라는 한국·일본·독일·스위스 등 4개국이다. 환율조작 때문에 피해를 봐왔다고 믿는 미국의 산업협회, 시민단체, 일부 의원 등은 다른 나라들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환율조작 기준을 강화해서 ‘범죄국’을 실제로 색출하자는 주장도 있다. 미국자동차협회의 경우, ‘6개월간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외환보유 규모가 3개월간 수입물량 가치보다 높으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서 제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한국의 경우, 올해 평균적인 ‘3개월 수입 물량 가치’가 900억 달러를 조금 웃도는데 외환보유고는 4000억 달러에 근접해 있다. 미국자동차협회 기준으로 보면 꼼짝없는 환율조작국이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혐의 기준을 바꿔 환율조작국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글로벌 패권국인 미국으로서도 부담이 크다. 미국의 위협 때문에 국가경제 차원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자국 통화의 가치를 조절하지 못하게 된 나라들이 크게 반발할 것이다.
결국 미국 정부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환율 관련 규범을 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된다. 일방적 환율조작국 지정과 비교하면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일단 자유무역협정은 상대국과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는 형식을 띠기 때문에 ‘패권국의 횡포’라는 비난을 최소화할 수 있다. ‘환율조작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반(反)한다’라는 이데올로기를 서서히 전파해나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첫 시도가 2015년 말에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이뤄졌다. 다만 절반의 성공이었다. 12개 TPP 회원국의 거시경제 정책당국이 모두 참여해서 ‘우리나라는 환율조작을 하지 않겠으며, 외환시장 개입(중앙은행의 외환 매입 등) 상황도 공개하겠다’라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것이다. 선언문은 문자 그대로 ‘말’에 불과하다. ‘환율조작 금지’가 회원국에게 구속력을 발휘하려면(환율조작에 따른 제재에 승복하려면), 협정문 본문에 공식적 조항으로 삽입되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자유무역협정(FTA)의 틀에서 환율조작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TPP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협정문 본문에 관련 조항을 넣어 구속력 있는 규범으로 만들겠다는 적극적 의도다. 그 시험대가 바로 현재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재협상이다. 무역 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11월17일)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미 환율조작과 관련된 지침을 정해놓은 상태다. 우선 환율조작이 있을 경우 해당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지급한 부당한 보조금으로 간주해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만약 멕시코 정부가 환율을 조작했다면, 나프타 회원국인 미국과 멕시코 간에 적용되는 ‘특혜 관세’를 무효화하겠다는 것이다. USTR은 이런 ‘적절한 장치(appropriate mechanism)’를 선언문 따위가 아니라 나프타 협정문에 삽입하고 싶어 한다.
꿈을 꾸긴 쉽지만 그것을 이룰 세부 계획을 세우기는 힘들다. 지침을 세우기도 쉽지만 효과 있는 조항으로 구체화하기는 정말 어렵다. 예컨대 USTR의 ‘적절한 장치’로는 환율조작국에 실질적인 처벌을 가할 수 없다. 현재 나프타 회원국인 미국과 멕시코는 상당수의 제품을 무관세로 교역한다. 멕시코가 환율조작으로 나프타 특혜 관세를 적용받지 못하게 되면, 양국 사이의 관세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세계무역기구 규범에서 미국의 관세가 멕시코 관세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이 멕시코 기업에 비해 오히려 불리한 처지로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USTR의 지침에 따라 ‘적절한 장치’를 구체적 조항으로 만들어내야 할 재무부가 반발하고 있다고,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보도했다. USTR은 나프타 재협상이 5차까지 이뤄진 지난 11월 중순까지도 환율조작 관련 구체적 조항들을 의회는 물론 나프타 협상에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니투데이〉는 12월8일 “(미국 측이) 환율조작 금지 관련 조항 도입을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 의제로 논의할 것으로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라고 보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과 관련해 미국 측에서 환율 관련 구체적인 외환 상인에 대한 결론 사항을 제기한 바 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정문에 ‘환율조작 금지’ 관련 문구를 삽입하려고 시도할 것은 명확해 보인다. 나프타 회원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양국 모두 대미 무역 흑자국이지만 환율조작 혐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USTR은 나프타 재협상 테이블에 환율조작 금지를 올리기 위해 필사적이다. 곧이어 시작될 새로운 재협상을 위한 ‘연습 게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다.
다만 USTR도 나프타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에 내밀 요구 조항이 어느 정도의 수준일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TPP 공동선언문 같은 추상적인 형태일 수도 있고, 좀 더 명확하고 구속력 있지만 기괴한 ‘적절한 장치’일지도 모른다. 일단 나프타 재협상에서 환율조작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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